일하느라 노느라 바빠서 오랫동안 못 올렸다가 이제서야 올린다. 이번 이야기는 3월 중순, 여자친구가 놀러왔을 때의 시기이다. 이 때는 처음으로 메뉴얼 자동차 렌트를 도전했었다. 수동운전은 포터봉고밖에 안해봤던 나이기에.. 아주 큰 챌린지였지만 지금은 익숙하다. (저 때는 시동 아주 자주 꺼먹었다)
여자친구가 공항으로 오는 것을 마중나가는 겸 저렴하게 렌트할 겸 공항에서 렌트했다. 차는 피아트 친퀘첸토 카브리올레. 뚜껑따는거에 대한 로망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일반 피아트친퀘첸토랑 가격차이가 하루에 2유로나길래 한번 빌려봤다.
지금보니 확실히 란치아 입실론보다는 실내 디자인이 예쁘고 오래되어도 촌스러워지지 않을 디자인인 건 확실하다. 아무튼 차를 몰고 Lanzo torinese 라는 작은 동네로 드라이브갔다. 이 동네에는 폰테 델 디아볼로(악마의 다리) 라는 다리가 있는데 그거나 구경할 겸 거기 있는 작은 동네 구경이나 할 겸 그 곳으로 향했다.
(이 날 사실상 드라이브라기엔 시동을 너무 자주껐다. 정차 후 출발시 엑셀레이팅을 하지 않고 클러치에서 발을 뗄 때 동력이 부족해 시동이 꺼지는 것을 반클러치로 극복하려다가 계속 꺼먹었다... 찾아보니 나중에 엑셀레이팅을 먼저 해서 RPM을 높이고 클러치를 떼면 차가 튀어나갈지언정 시동은 안꺼진다고..)
친퀘첸토 뒷태
일단 점심시간즈음이라 먼저 배부터 채우려고 미리 알아놓은 파스타집에 갔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감각은 정말 예술이다. 이 곳은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아저씨 사진이 걸려있는 그런 가게인데 나폴리 느낌을 어떻게 이렇게 잘 내는지..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나이가 좀 드신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손자분이신지 아들분이신지.. 초등학생 돼보이는 아이랑 계셨었다. 손님인지 지인인지 한참 이야기하고 나가신 분도 계셨고 손님다운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영어는 아예 안됐지만 대충 보고 어떤 파스타인지 감이 와서 두개를 시켰고 진짜 맛있게 먹었다. 파스타는 먹는데도 밖에 전문적으로 자전거를 타시는 아저씨 세분이서 지나가다가 인사를 나누더니 또 수다를 떨다 가시고 집에 딱봐도 몇 달 안돼보이는 뽀송뽀송한 강아지를 데려와 아저씨들에게 자랑했다. 이 분위기가 너무 포근해서 아직도 생생하다.
아무튼 잘 먹고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내려가는데 그 가족들이 가게문닫고 차타고 가시는데 경적을 울리면서 인사하고 가셨다.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식당들에도 브레이크타임이 다 있다)
동네를 구경하면서 느낀점은 어떻게 이런 옛날부터 이렇게 잘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한켠에는 옛날에 쓰던 마차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는데 마차가 돌아다닐 시대에도 똑같았다고 생각하니.. 참 신기했다.
악마의 다리 : Ponte del Diavolo
이것은 악마의 다리. 토리노에는 흑마법에 관련된 괴담이 많다. 토리노 시내에는 악마 동상이나 지옥의 문이라 불리는 것들도 있다.
베나리아 궁전 : Reggia di Venaria
악마의 다리를 보고 바로 베나리아 궁전으로 왔다. 베나리아 궁전은 통일 이탈리아를 만든 사보이 왕가가 몇백년 동안 사용했던 궁전이라 사보이왕가에 대한 역사가 많이 깃들어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란치아 컨셉트를 이 곳에서 촬영해서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행동으로 옮겼다.
베나리아 궁전 입구, 매표소는 광장 건너편에 있는 별도의 건물에서 판매한다. 학생이라고 하면 궁전 입장티켓이랑 정원이랑 다 합쳐서 8유로정도 했던 것 같다.
기프트샵도 잘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만 파는 거라며 향수를 판매하고 계셨는데 향이 좋아서 여자친구가 하나 샀다. 뭔가 다른 곳에서는 안판다는게 이해는 안되지만.. (향수를 사려고 입장티켓을 사서 오진 않을테니까) 아무튼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정원은 진짜 너무 컸다. 이것이 과시인가.. 중간에 물 흐르는 곳을 메꿔버리면 A380도 착륙할 수 있을 것 같은 길이였다. 원래는 자전거도 빌려주는 것 같은데 이 날은 열려있지 않았다.
베나리아 궁전을 나와서 궁전 입구에서 일직선으로 연결돼있는 길따라 산책하다가 젤라또를 사먹었다. 이탈리아에 커피만 젤라또가 꽤 많은데 더위사냥맛도 좀 나고 딱 내 취향이었다.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주차하고 집 근처에 있는 감자요리집에서 먹었다. 이 날은 뭔가 사람들이 와인도 많이 마시길래 와인도 시켜봤는데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피아짜 산 카를로를 찍고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아주 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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